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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문화2016년 8월호] 김진환 회장 기고문 - 출판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기구설립을 제안한다!

등록일
2016-09-07
글쓴이
관리자
조회
1752

출판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기구설립을 제안한다!

김진환 (사)한국학술출판협회 회장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은 해당 저작재산권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분배대상을 규정한 저작권법 25조의 조항이다. 저작물은 책의 형태로 가공되어 공표되는 순간 온전한 저작물로 탄생하게 된다. 책상서랍 속이나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콘텐츠만으로는 온전한 저작물이라 할 수 없다. 저자는 콘텐츠를 만들고 출판사가 콘텐츠를 복제하여 배포하는 것이 출판의 생태계다. 저자와 출판사의 공동 작업으로 비로소 온전한 콘텐츠가 생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저작권에 대한 권한은 저자에게만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저작권법의 엄연한 현실이다. 다만 출판사의 공헌을 암묵적으로 이해받고 있을 뿐이다. 대학에서 책을 기반으로 작성된 콘텐츠를 수업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출판사가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다. 하지만 출판사는 이를 보상받을 길이 없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저작권이용료는 저작재산권자에게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어문저작물의 저작권을 위임받아 이를 대행하고 있다고 하는 곳은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다.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분배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는 출판사의 권한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출판계에서는 출판판면권을 근거로 분배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그런데 어문저작물의 저작권을 위임받아 이를 대행하고 있다고 하는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가 정말 그러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는 한번 짚고 갈 대목이다.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는 현재 시나 소설 같은 문예물의 저작자로부터 저작권관리에 대한 위임을 받은 것은 맞지만, 대학에서의 수업을 전제로 이용하는 수업목적 저작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술 분야의 저작권자로부터 저작권 관리를 위임받은 부분은 미미하다. 따라서 수업목적 저작물의 어문저작권자가 곧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회원사라는 등식이 성립된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는 문예물에 대한 관리를 위임받은 단체인 것은 맞지만 학술 저작권자들로부터 위임받은 바가 매우 미미하기 때문에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상물의 권리를 대행하는 단체라고 규정하는 데에는 동의하기가 어렵다.


어문저작물에 대한 수업목적 이용 저자물의 보상금은 출판사와 개별저작권자간의 협의방식으로 분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보상법에도 저작권자에게 지급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와 같은 저작권자 단체를 반드시 거처야 할 이유가 없고, 위임이 없으므로 원천적으로 권한를 대행할 근거도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출판계약서를 바탕으로 저작권자와 직접 협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출판사가 이 일을 대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개별출판권자들은 저작자들의 저작물이 온전한 저작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공표과정에 지대한 기여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출판계약서를 통해 저작권자로부터 복제와 배포에 대한 권한과 2차적 저작물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고 있다. 다만 이 부분이 수업목적 이용 저작물에까지 적용이 가능한가의 여부는 따져볼 필요는 있겠지만 학술도서는 원천적으로 대학에서의 수업을 목적으로 제작된다는 점, 학술도서를 대학교재라고 통칭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매우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분배 대상이 되는 저작물의 저작권자와 출판계약서 보완작업을 통해 얼마든지 저작권자의 의사가 직접적으로 반영된 가장 합리적인 분배를 실행할 수 있는 자는 바로 출판권자라고 할 수 있으므로 출판권자와 저작권자간의 개별 협의를 통한 분배방식이 수업목적 이용 저작물 보상법의 정신에도 가장 부합하다고 볼 수 있다.


출판계약서의 보완작업은 출판계나 협회회원사들 차원에서 기존 계약서에 특기사항으로 일괄 부기하는 방식으로 하게 되면 간편하게 보완할 수 있다. 수업목적 이용 저작물 보상법도 최근에 만들어진 법이므로 출판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계약서도 갱신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당연한 조치다. 또한 저작권자의 현재 의사가 중요한 논거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출판권자와 저작권자의 협의에 따라 출판권자에게 우선 분배할 수 있다고 판단되지만 이러한 조항이 반드시 사전에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면 계약서를 보완하여 적용하면 된다. 이는 해당 저작물의 저작권자가 직접 분배를 요청했을 경우 반드시 분배해 주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시나 소설 그림 사진과 같은 자료가 학술도서 제작과정에 일부 이용된 부분에 대해서는 각 출판사에서 이미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의 규정에 따른 이용료를 지급하고 제작되었다.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저작물사용료 징수 조견표를 보면 시나 소설, 수필, 동화 같은 문예물에 대한 내역은 있지만 학술자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항목은 향가 정도이고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이는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가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수업목적 저작물에 대한 위임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는 명백한 반증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학술도서를 주로 출판하고 있는 30여 개의 출판사들이 중심이 되어 학술도서를 활용하여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원격교육원들로부터 저작권료를 직접 징수하여 저작권자에게 분배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출판권자들은 수업목적 이용 저작물 보상금을 적절하게 잘 분배할 수 있는 구조와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출판판면권이라는 개념은 우리나라 출판계에서 외국의 사례를 빌려 암묵적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 법으로 보장받고 있는 권리는 아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연구용역을 진행하여 세미나도 개최한 바가 있다. 하지만 입법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했고 지난한 출판계의 과제로 여전히 남아 있다. 출판환경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환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굳이 종이책, 전자책이라는 범주로 나누지 않더라도 콘텐츠 자체의 의미가 디지털 자료로 인식되고 활용되는 추세로 보아서 출판판면권은 출판계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로 보인다. 이렇게 중요하고 본질적인 출판계의 숙제가 인구감소와 경제불황의 여파로 출판계의 주요한 관심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출판계는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하여 대단히 점잖다고 하는 이들이 많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속성이 유교문화를 많이 닮았고, 소규모의 출판사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출판계의 영세성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영향이 크다. 게다가 권리를 주장하고 지켜나가려 하기 보다는 좋은 책만 만들면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는 출판인들의 강직한 품성도 한 몫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출판도 산업이 되었다. 책을 만드는 분야와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다른 산업 분야와 경쟁하고 있고, 공생관계로만 여겼던 저작자들과도 주도권을 다퉈야 하는 경쟁관계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권리를 지켜내는 일은 시장을 방어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 일이기도 한다. 현재 어문, 음악, 영화 등의 분야에서는 저작권료 징수를 통해 많은 수익을 창출해내고 있다.

 

이제 우리 출판계의 권리는 우리가 지켜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를 귀담아 듣는 이도 없고 이를 위해 나서려는 이도 많지 않다. 그래서 나는 출판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기구를 대한출판문화협회 산하에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 이 기구에서는 지금 우리 출판계가 살아남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권리는 무엇이고, 앞으로 출판계가 더욱더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 새롭게 펼쳐나가야 할 정책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연구하여야 한다. 이 기구는 범출판계의 구성원들이 모두 함께 참여하고 고민하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고, 출판계의 미래 먹거리와 시장을 만들어 가는 개척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책 만드는 일을 소명으로 알고 살아 온 우리 출판인들에게도 희망이 있지 않겠는가.

 

   출처 :  [김진환 회장 - 출판문화 2016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