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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길 잃은 서울국제도서전, 왜 그들은 등돌렸나

등록일
2016-07-06
글쓴이
관리자
조회
2034

길 잃은 서울국제도서전, 왜 그들은 등돌렸나       

             
기사입력 2016-07-06 06:05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매년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했던 출판사 문학동네는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도서전이 10월7일로 옮겨 열리자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준비로 경황이 없었지만 서울국제도서전에 부스를 마련했다. 일종의 책임감에서였다. 예상은 했지만 정작 도서전에 참가해보니 이렇다할 출판사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괜히 나왔나’ 하는 생각과 함께 “우리 힘으론 역부족이구나!”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지난 6월15일부터 닷새간 열린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참가도 고민이 많았다. 지난해처럼 될게 뻔했다. “들어가”“말아”를 한참 저울질하다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문학동네가 서울국제도서전에 불참하기는 처음이다.

#출판사 김영사는 서울국제도서전 참가 공문이 날아오자 직원들을 모아놓고 도서전에 참여할지 여부를 논의했다. 직원들은 하나같이 “의미를 못찾겠다”며, 불참에 표를 던졌다. 그래도 출판사로선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다시 한번 2차 회의를 소집하고 의견을 구했다. 직원들의 태도는 완강했다. 한마디로 보람이 없다는 거였다. 그런 직원들을 몰아붙여 도서전에 참가할 수는 없었다.

지난 6월15일부터 닷새간 열린 2016년 서울국제도서전은 그렇게 단행본 출판사들이 대거 불참한 가운데 막을 내렸다. 지난해 메르스사태와 도서정가제로 냉랭하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참가했던 출판사들이 올해는 작정한 듯 모두 불참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이란 이름이 부끄러웠다.

▶문학동네, 김영사, 창비 그들은 왜?=지난 6월15일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날,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씨가 도서전이 열리고 있는 코엑스A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수많은 취재진이 모인 가운데 그는 한강 작품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자신의 번역관에 대해 들려줬다. 도서전 행사의 하나로 그가 참여하는 세미나도 마련돼 있었다. 그날 데버러 스미스가 도서전에서 한강의 책을 찾았는지는 알 수 없다. 맨부커상 수상효과로 독자들이 ‘채식주의자’를 많이 읽는다는데 거기에 출판사 창비의 부스는 없었다.

불참한 출판사들은 서울국제도서전의 성격과 운영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도서정가제 도입을 앞둔 시점인 지난해까지 서울국제도서전은 할인장터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올해는 사정이 또 다르다. 도서정가제 때문에 할인폭이 제한되면서 그나마 현실적으로 이득이 되는 게 없다. 그런데 부스비는 6,7개를 쓰면 2000,3000만원이 들어간다. 출판계 불황에 적지 않은 금액이다. 

                    
사진=대한출협 제공
사진=대한출협 제공
사진=대한출협 제공

그렇다고 경제적 셈이 불참의 이유의 다는 아니다. 도서전의 모호한 성격에 책 축제다움이 없다는게 힘빠지게 만든다고 출판사들은 말한다. 독자와 저자, 독자와 출판사가 만나는 뜨거운 만남, 분위기가 서울도서전에는 없다. 출판사들이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는 게 바로 그런 점이다.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한 파리도서전에 얼마전 다녀온 이들은 “밤까지 전시장을 개방하고 저녁에 직장인과 공무원들이 몰려와 책을 찾고 읽는 모습이 부러웠다”고 말한다.

이는 따지고 보면 출판인들 당사자가 만들어나가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한국출판인회의 고흥식 사무국장은 “출판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만한 동기 유발과 유인력을 정부가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령 참가비(부스 대여료)를 낮춰주는 것도 한 방편이다. 초청된 해외 출판사의 경우 항공비와 숙박비 일부가 지원되는 도서전 운영방식과 비교하면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

문학, 인문 출판사들의 불참에는 출판계 해묵은 갈등도 자리하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와 주요 단행본 출판사들 중심의 한국출판인회의간의 갈등이다. 올해 도서전도 종래 출협이 주최해오던 걸 한국출판인회의가 공동주최를 요청한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상황이 악화됐다.



▶서울국제도서전, 이젠 달라져야= 총 20개국 378개 출판사와 단체, 저자 93명, 프로그램 122개, 관람객 12만명. 저작권상담건수 1500건, 저작권 거래 예상 계약액 91만5000달러.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의 수치로 본 결과다. 올해 도서전은 어린이, 청소년, 노인 등 독자층을 세분화해 각자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저자들도 예년보다 많이 참가해 독자와의 만남을 가졌다. 그러나 이는 서울국제도서전의 5년 전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2012년 서울국제도서전의 참여출판사 수는 580개였다. 올해 참여 출판사는 그 때보다 225곳이나 줄었다. 상담건수는 반토막도 안된다. 2012년 3380건에서 올해 1500건으로 뚝 떨어졌다. 관람객수는 12만 6799명에서 10만여명으로 줄었다.

출판관계자들은 이제 서울국제도서전의 성격을 재규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해외수출을 내세운 저작권거래의 장으로 삼을지, 독서 진흥을 위한 마당으로 꾸밀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식은 어렵다는게 출판계 인식이다. 저작권거래가 온라인 상담으로 바뀌는 추세에 따라 세계 유명한 국제도서전들도 저작권거래는 점차 축소되는 분위기다. 대신 독자들이 책을 즐겁게 만나는 축제의 장, 독서진흥마당으로 바뀌고 있다. 또 디지털시장의 진화에 따라 디지털북전시가 마당을 넓혀가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운영결과를 바탕으로 서울국제도서전 발전방안을 5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출협 중심의 도서전을 범출판계가 총망라된 민관공동추진체계로 확대하고, 상시 운영되는 도서전 전담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또 국제도서전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해 저작권 수출입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유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주빈국 제도를 2~3년 전에 조기 확정, 행사를 체계적으로 준비하도록 내실을 기하고 독자중심의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도 내놨다. 이와 함께 저작권거래 등을 연중 준비해 도서전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아이디어가 모자라 길을 잃은게 아니다. 이런 정책에 앞서 정부가 우선적으로 힘을 쏟아야 할 일은 출판사들을 춤추게 만드는 것이다.

meelee@heraldcorp.com    


[출처]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60706000010